적어도 일본은 이미 우리나라의 씬과 착 달라붙어있다. 바다건너 미국이 요즘은 케이팝의 본산같지만 내가 느끼는 바로는 분명 지리적인 위치와 정서적인 가까움으로 인해 일본이 우리나라의 음악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뉴진스는 그런 측면에서 분명 일본에서 반응이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 쇼케이스 비슷한 무대를 가졌던 것 같고. 상대적으로 일본에 강한 SM이라면 이미 많은 것들을 일구고 했을텐데, 레이블 어도어의 대표 민희진이 SM출신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일본에서 무대를 선보이는것 까지는 한 모양이다.
물론 영미권, 특히 미국에서 뉴진스의 반응은 신인 아티스트 그룹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정서적인 반응 보다는 분석적인 것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정서적으로 반응 할 수 없는 것들은 동서양의 차이가 분명 존재하기에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미국에서의 포인트는 팝음악의 트렌드를 케이팝은 어떻게 '되치기'를 하고 있나인것 같은데 그러면서 음악 프로듀서인 250의 존재나, 돌고래유괴단의 뮤직비디오 같은 것들을 부각시켜서 얘기하는 것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음악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Attention / Hype boy 는 좋은 데뷔템
이미 대중음악은 MTV 이후부터 음악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존재가 되었지만 그래도 나는 될 수 있으면 음악만으로 먼저 평가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렇다보니 음악이 좋지 않으면 그다음 스텝인 뮤직비디오 시청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 곡에 대한 몰입이 떨어지게 됨은 물론이다. 그런의미에서 Hype Boy / Attention 은 90년대 뉴잭스윙을 현대적으로 잘 다듬은듯 한 느낌을 받았는데, 특히 Attention 같은 곡은 90년대를 풍미했던 SWV의 Right Here (Human Nature)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었다. 아마도 이런 느낌들은 현세대는 새롭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30~40대의 음악취향에서도 어필할 수 있는 요소로 다가오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음악만으로 매우 훅이 있어서 특별히 뮤직비디오를 보지 않아도 문제없이 그들을 좋아할 수 있었다.
훅 치고 들어온 Ditto. 그리고 OMG
그에 비해 OMG / Ditto 는 2천년대 초반에 유행하던 - 지금 힙합신에서는 '드릴'이라는 명칭으로 통용되고 있는 - 투스텝/개러지 리듬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Ditto는 그냥 들으면 노래가 좀 싱겁다 싶었는데 뮤직비디오를 본 순간 또 다른 차원으로 곡이 받아들여졌다. side A / side B 로 이름 붙여진 두편의 뮤직비디오의 태그를 보아서도 알 수 있지만, 예전의 노스탤지아를 잔뜩 머금은, 잘못 몰입해 보면 펑펑 울수도 있는 예전 학창시절의 청춘의 아름다움을 아련하게 포장한 뮤비는 짧은 단편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고, 근래 어떤 뮤비보다 몰입하게 만들었다. 그 속 뜻이 뭘까 하며 되뇌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되는 것 자체가 이 음악과 영상을 깊게 박히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심심했던 노래를 엄청나게 증폭시켜놓은 역할을 했다. 뉴진스가 차세대라는 이름으로 많이 소개되었지만 뭔가 다른 반열에 올려놓아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 것은 Ditto 뮤직비디오 이후로 느껴진다.
그에 비해 OMG 는 여러 갈래로 꼬여진 뮤직비디오. 정신병원이라는 틀 안에서 보면 뭐든게 이해되지만 대중들은 거기서 각각의 다양한 의견을 낼 수가 있고 이에 관심받고 살아가는게 대중예술의 속성이라고 여겨진다면 확 늘어난 뉴진스 컨텐츠의 소비 연령대에게 던져줄 좋은 떡밥이라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 다만 뮤직비디오 끝에도 나오지만 '아이돌 뮤비 그냥 얼굴이랑 안무만 보여줘도 평타는 치...' 라고 쓰여진 이 말에서 역으로 느껴지듯, 뉴진스와 뉴진스를 매개로 자신의 예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뉴진스는 좋은 플랫폼이자 도구이다. 그것 이상도 그것 이하도 아니니까 닥치고 있으라는 도발로 보이기도 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방식대로 만들어 간다라는 선언이기도 하다. 이것은 비단 케이팝의 분업화된 시스템 - 즉, 전면에 나서는 퍼포머는 노래와 춤, 컨셉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드웨어적으로 훈련되어 있는 몸체이고 본체는 기획의 꼭대기에서 전체를 프로듀스 하는 누군가로, 실제로는 여기서 지칭한 '누군가'의 의지로 퍼포머들을 조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지는 - 이 체계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놀잇감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먹잇감이 아니고 놀잇감이라 적은 이유는 이 문제점들이 한두해 지적이 된 비판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속되고 있고, 케이팝이라는 파이가 이렇게 커지고 나서 이게 오히려 케이팝의 매력이자 장점이 아니냐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 제작의 시스템 처럼 분업화 되어가는 정점에 감독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퍼포머도 퍼포머대로 역할을 눈부시게 수행하면 빛난다.
뉴진스가 얻은 것과 얻은 것
한동안은 뉴진스 + 어도어가 여러가지 화제들을 주도할 기회를 손에 넣었다. 배구나 테니스에서 서브권을 손에 넣어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찬스를 맞이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이는 SM YG같은 거대 기업이 그들의 사이즈로 주도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고 그들의 컨텐츠로서 얻어낸 좋은 모범 사례같은 것이다. 이제는 컨텐츠의 시대이고, 컨텐츠가 좋으면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의 느낌. 이 기회를 살리는 것도 이젠 뉴진스와 어도어에 달렸지만 뭘 하든 실패가 아닐 것이다. 방탄소년단이라는 희대의 그룹을 가지고도 우리나라에선 뭔가 충분히 알려지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 하이브로선 뉴진스의 모든 경험이 그들의 자산이고 의미일 것이기 때문이다. Attention 때문에 기회를 잃을 수준의 것은 분명히 지나갔으니 홀가분하게 해보고 싶은 것들을 도전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이 훌륭하고, 이젠 너무 '해내야해'라는 강박관념 같은것 없이 여러 가지들을 뉴진스와 도전해 보면 좋을것 같다.